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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1 그랑프리 리뷰& 레이스 예상 : 22R 라스베이거스 그랑프리(FP, Q) - 올해의 불쌍왕 드디어 사고치나?
    F1과 잡담 2023. 11. 19. 11:46

    혼란의 스프린트는 올 시즌 더이상 없고, 마지막에서 두 번째 그랑프리가 다가왔다. 하스와 사전트의 홈 그랑프리고, 한달이 조금 안돼서 돌아온 미국 그랑프리며, 올 시즌 마지막 나이트 레이스다. 또, F1캘린더에 처음 데뷔하는 서킷이기도 하다. 백투백투백 레이스가 끝나 그랑프리 리뷰도 한 주 꿀같은 휴식을 취했다.
     
    1. 휴식기 소식
     
     19라운드 그랑프리인 미국 그랑프리와 관련된 하스의 리뷰 요청이 반려됐다. 간략히 말하자면, 타 팀의 코스 이탈 증거를 제출하고, 형평성을 위해 페널티 판단을 다시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21라운드가 끝나고 나흘 뒤, 이 요청을 뒷받침할 '새로운 증거'가 충분하지 않았기에, 반려한다는 스튜어드들의 판단이 발표됐다. '당시 스튜어드들의 판단에 의해 재량껏 넘어갔던 부분임'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그 재량이 형평성을 해치는 방향으로 발휘되는 것도 팀에서 참고 넘어가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규정과 페널티, 그 처리방식에 관해 잘 알지 못해 이 해석이 틀렸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있다. 속단은 금물이다. 문제는, 이 발표가 미국 그랑프리가 끝난 시점을 기준으로 2주가 넘게 지났고, 그 새 그랑프리는 두 라운드가 더 치러졌다는 점이다. 이번 하스의 요청을 계기로, 이렇게 굼뜬 의사결정 체제를 개선하겠다는 FIA의 의견 표명이 뒤따랐다.
     
     윌리엄스 F1 아카데미에 켄 블락의 딸, 리아 블락이라는 드라이버가 합류했다. 켄 블락도, 리아 블락도 누군지 몰랐다. 전자는 '탑 기어', '후니건(유튜브)'에서 준 고정출연으로 스턴트 레이스를 하고, WRC에도 출전했으며, '몬스터 에너지' 랠리 팀의 상징과도 같은 드라이버라고 한다. 그런데 생년이 67년이다. 랠리 커리어 시작이 05년으로 커리어 자체가 늦긴 했지만, 오랜 기간 나이를 잊고 활약해 온 드라이버임이 분명하다. 안타깝게도 2023년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고, 이제는 그의 딸이 F1 아카데미에 입성했다.
     
     딸의 재능도 심상치 않은데, 2006년생의 나이에 이미 아버지를 따라 랠리 커리어를 쌓고 있다. 현재 아카데미에는 경쟁 상대가 보이지 않는 수준의 경력이다. W시리즈의 실패를 기억하는 팬들은, 안타깝지만 19라운드 미국 그랑프리와 함께 열린 F1 아카데미의 경기 수준도 대부분 지켜봤다. 물론 대부분의 드라이버가 20대 초반, 어리게는 10대 중반의 드라이버도 섞여 있기에 현재 기량이 전부는 아니지만, F1아카데미가 갈 길은 아직도 멀다. 남녀를 떠나 젊고 뛰어난 드라이버의 산실이라는 존재의의를 생각해 본다면, 리아 블락이라는 젊고 뛰어난 드라이버의 합류는 확실한 호재다. 맥라렌 아카데미가 데려간 비앙카 부스타만테보다는 경력이 확실해 보인다.
     
     NBA식 '기록 젠가' 느낌이 들긴 하지만, 지난 그랑프리 이후 르클레르가 대기록을 세웠다. 한 시즌에 DSQ(미국), DNF(다수), DNS(브라질)을 모두 달성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것이다. 르클레르 이전 이 트리플 크라운의 가장 최근 달성자는 세르히오 페레즈다.
     
    2. 서킷 정보

     2023시즌에 처음 데뷔하는 서킷이다. 시가지 서킷으로, 라스 베가스 시내를 일주한다. 1번부터 4번 코너를 보기 전, 17번 코너가 완만해서 풀 스로틀로 통과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1번부터 4번 코너를 순식간에 통과한다. 6번부터 9번 코너는 구(球)형 건물인 MSG스피어를 둘러싸고 돌게 된다. 하남시에 건축된다는 소문이 무성한 그 MSG스피어가 맞다. 하지만 베가스는 완전 구형이 아닌 듯 보인다. 6번같은 길고 완만한 중고속 코너는 보통 공기역학 성능을 시험하기 마련인데, 그러기엔 코너 길이도 짧고, 길도 좁다. 7-9번 저속 코너도 공략이 어려운 곳은 아니지만, 10번까지는 물론, 11번 코너 넘어서까지도 계속 가속을 해야 하기에 9번 코너의 탈출 속도는 아주 중요하다. 그런 만큼, 헤비 브레이킹이 걸리는 12번과 14번 코너는 당연히 어렵고 중요하다. 14-16번 복합 굴절 코너는 필연적으로 레이싱 라인이 아주 좁게 그려지기에, 드라이버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15번 코너의 에이펙스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타이어에 걸리는 부하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속 구간이 많은 고속 서킷인 만큼 브레이크 부담이 심한 곳이 있지만(12,14번 코너), 그 수가 많지 않고 고속 코너가 적어 타이어에 가해지는 횡적 부담도 무시할 만하다. 시가지 서킷인 점, 재포장된 새 아스팔트가 깔려있는 점을 감안하면 트랙 에볼루션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눈에도 직선과 가속구간으로 채워진 곳이니만큼, '직빨팀'인 페라리, 하스, 윌리엄스 등을 기대해볼 수 있고, 최근 가속력과 최고속도가 향상된 알파로메오도 경쟁력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
     
    3. 연습 세션
     
    그랑프리 전체적으로 15도 미만의, 즉 올 시즌 최저 기온이 예상되는 가운데, FP1에서 대형사고가 났다. 베가스 스트립을 달리던 한 차가 맨홀뚜껑을 맞고 레드 플래그, 세션이 종료된 것이다. 세션 시작 후 8분만에 벌어진 일이었고, 피해자는 사인츠, 즉 페라리였다. 레이스카가 맨홀뚜껑에 대미지를 입는 일은 시가지 서킷에서 이론상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영상을 직접 본 건 처음이다.

    빨간 차가 사인츠

     
     원리를 설명하자면, 레이스카는 지상 목적인 다운포스 확보를 최대한으로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고속으로 달리면, 차 바닥과 지면 사이는 (공기 흐름이 빨라)저기압이 되고, 차체 위쪽은(상대적으로 공기 흐름이 느려) 고기압이 된다. 그런데, 레이스카가 맨홀 뚜껑 위를 지나갈 때, 지면에 맨홀 뚜껑이 단단히 고정되어 있지 않으면, 맨홀 밑의 공간과 위의 공간에 순간적으로 기압차가 생겨, 뚜껑이 튀어오르는 경우가 있다. 편의를 위해 맨홀뚜껑이라고는 했지만, 사인츠의 차를 손상시킨 물체는 뚜껑을 포함한 배관의 일부가 통째로 뜯어져 솟구친 것으로 판명됐다. 레이스카가 만들어내는 대단한 기압차는 그렇다 치고, 이 사고 때문에 사인츠는 서바이벌 셀과 섀시, 플로어, 파워유닛까지 전부 손상을 입어 대대적인 부품 교체를 해야 했다. 이 부품 교체로 10그리드 페널티를 받았다.
     
     페라리(와 티포시들)는 즉각 반발했다. 팀과 드라이버의 과실이 전혀 없이, 순전히 노면 관리 부실로 인해 발생한 사고가 왜 팀의 페널티로 귀결되느냐는 항의였다. 하지만 FIA는 단호했는데, '면책 규정이 없어서' 정해진 대로 페널티가 주어졌다.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는 결정은 이해하지만, 반대의 결정이 내려졌다면 FIA에 대한 호감은 더 높아졌을 것 같다. 이렇게 FP1은 8분만에 종료됐다.
     
     사고를 수습하고, 시설을 점검하느라 FP2는 두 시간 넘게 연기됐다. 대신 세션 시간은 90분으로 연장됐다. 

    FP2 기록은 위와 같다. 사실상 유일하게 의미있는 연습 세션 기록인데, FP3은 시간을 다 쓰지 못해 공정한 비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르클레르가 2위와 0.5초 이상의 차이를 내며 '어나더 레벨'급 퍼포먼스를 보이는 가운데, 사인츠의 10그리드 페널티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앞 그리드를 따낼수록 '페널티만 없었다면'이라는 가정을 하게 될 것이다. 세간의 예상대로 페라리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레드불과 애스턴마틴 사이에 한 대씩 끼어있는 알파로메오와 하스가 돋보인다. 두 팀 다 '직선 성능' 하면 할 말이 있는 팀들이다. 맥라렌과 메르세데스는 일단 FP2까진 기대 이하의 성능을 보였는데, 두 팀 다 드래그 감소보단 다운포스 생성에 일가견이 있는 팀들이다. 세팅으로 이 밸런스를 어디까지 조정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였다.

     
    FP3은 이렇게 종료가 됐는데, 이건 알본의 사고로 인해 세션이 6분 먼저 종료됐기에 그러하다. 페라리를 비롯한 다수 팀들이 소프트 타이어로 달리지 못했다. 트랙 에볼루션과 드라이버의 트랙 이해도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가운데, 두 번 이상 플라잉랩을 돌 수 있는 시간을 소화하지 못한 차들의 기록을 비교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FP3, 왼쪽은 알본의 사고 장면, 오른쪽은 사전트의 같은 구간 통과 장면

     
    4. 퀄리파잉

     
    Q1부터 이변이 일어났다. 츠노다 유키가 탈락한 후 성질을 부린 건 그냥 일상이라서 이변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주인공은 P19와 P16에 있다. 맥라렌 두 대가 Q1에서 전부 탈락했다. 메르세데스 엔진을 쓰는 팀답게 직선 성능은 맥라렌의 장점이 아니긴 하다. 그래도, Q1에서 떨어지는 건 여전히 충격이다. 최근 몇 번의 그랑프리에서 맥라렌은 '현 시점 2인자'가 자신임을 공고히 했다. 하지만 최소한 베가스에서는 잘 쳐줘도 '9인자'급 퍼포먼스를 보이고 말았다. 알파로메오의 저우관위도 Q1탈락을 했는데, 팀동료인 보타스가 P8, 사인츠의 페널티 적용시 P7까지 올라간 것을 보면 큰 실수가 있었거나, 세팅이 달랐거나, 둘 다였을 것이다. FP에서의 기록 차이를 보면 세팅의 차이가 있었던 것은 확실해 보인다. 메르세데스 역시, 스피드 트랩 기록을 봤을 때 이렇게 팀메이트 간 다른 세팅을 해온 것이 보였다. 팀메이트 간 순위가 많이 벌어진 팀들. 예를 들자면 알핀, 애스턴마틴, 레드불은, 알 수 없었다. 알핀 오콘의 Q1 탈락은 퇴근시간대 테헤란로를 방불케 하는 트래픽에 의한 것이었고, 애스턴마틴과 레드불은 '위기의 남자들(스트롤, 페레즈)'이 타고 있었으니 계산의 영역 밖이다.

    이게 레이스길이여 퇴근길이여

     
    Q2부터 트랙 에볼루션이 본격적으로 눈에 띄는 가운데, 사전트를 제외한 위기의 남자들 두 명, 해밀턴, 리카도, 휠켄버그가 탈락했다. 리카도는 알파타우리의 컨셉과 성능이 트랙과 안 어울리는 가운데 그나마 고군분투한 결과였고, 휠켄버그는 동료인 K-마그가 받은 부품 업그레이드 없이 달렸다. 스트롤과 페레즈는 그냥 '스트롤과 페레즈' 했는데, 지난 그랑프리에선 둘 다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바 있어, 아쉬움을 자아냈다. 트랙의 초기 상황이 워낙 안 좋았기에(새로 깔린 아스팔트, 레이스 주행 기록 없음, 노면 온도 차가움) 그만큼 트랙 에볼루션이 극적으로 일어났고, 드라이버들의 적응도도 빠르게 높아져 말 그대로 1분마다 랩타임이 달라지는 상황에 놓였다. 마지막 플라잉랩 타이밍을 잘못 잡으면, 이런 일도 일어난다.
     
    '이런 일'이라 함은, 해밀턴의 Q2 탈락이다. 그는 업데이트 이후 너무 강해진 드래그 때문에, 올 시즌 남은 그랑프리를 사실상 포기하는 듯한 인터뷰를 한 바 있다. 그리고 그 드래그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 퀄리파잉 스피드 트랩 기록에서 10위에 머물렀는데, 스피드 트랩에서 그보다 느렸으면서도 최종 순위에서 앞선 드라이버는 알론소 단 한명밖에 없었다. 러셀이 같은 스피드 트랩에서 2위를 기록한 걸 보면, 세팅 차이가 있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가속을 늦게 시작하는 등 코너 공략에서 실수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본인이 밝히지 않는 한 확실히 알 수는 없다. 페라리와 컨챔 2위 경쟁을 해야 하는 메르세데스 입장에서, 페널티를 받은 사인츠가 해밀턴 바로 뒤에서 시작한다는 점은 상당한 비보다.

    Q3에서 페라리의 진가가 드러났다. 모두가 '페라리 vs 베르스타펜', 더 구체적으로는 '르클레르 vs 베르스타펜' 구도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가운데, 사인츠마저 르클레르와 거의 차이가 없는 랩타임을 기록하며, 베르스타펜을 0.3초 이상 앞질렀다. 물론 사인츠는 그러고도 10그리드 페널티를 받아 12그리드로 내려갔지만, 본 레이스에서의 추월쇼를 기대하게 하는 압도적인 성능이었다. P10까지의 기록을 보면 그게 4개의 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데, P1,P2가 비슷한 랩타임을 찍었으며, P3,P4가 비슷하며, P5,P6이 비슷한 기록을 냈다. 이들 사이에서의 순위는 실력이나 성능으로 갈라질 만한 정도가 아니었다. 그리고 P7,P8,P9,P10이 비슷한 기록을 냈는데, 윌리엄스가 P6,P7(스타팅 그리드는 P5,P6)이지만 페이스만 보자면 각기 다른 그룹에 속해 있다. 이들이 어떤 레이스 페이스를 보여줄 지 다양한 가능성이 남아있다.
     
    5. 전망
     
     우선, 사전트가 위의 연습세션 이상으로 벽에 바짝 붙어 주행하는 모습이 보였다. 윤재수 해설의 말대로 '안 박으면 잘 하는 거'지만 그건 숏런에서의 이야기다. 50랩 가까운 롱런을 소화하다 보면 같은 구간을 현저히 떨어진 집중력과 체력으로 돌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 스무 대가 모두 50랩을 사고 없이 돌 수 있을까?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세이프티 카 상황에서의 전략이 중요하다.
     
     아주 오랜만에 승기를 잡은 페라리는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만큼은 아니지만, 페라리가 베르스타펜보다 조금 더 나은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대항력이 어느 정도는 남아있겠지만, 역시 베르스타펜과 레드불의 롱런 성능을 넘어설 만한 격차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분명 격차를 좁혀 올 베르스타펜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세이프티카 상황에서 반드시 이득을 봐야 한다. 바수르가 자리를 잡은 이후 페라리의 전략이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실수가 있다. 사고 시점을 예측하는 건 전략이 아니라 점지의 영역이겠지만, 스틴트 하나를 길게 가져가며 세이프티 카를 틈타 공짜 피트스탑을 성공시키지 않는다면 베르스타펜의 추격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남은 타이어 상황과 리포트를 종합해 볼 때, 소프트와 하드를 섞은 투스탑이 정석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하드를 두 개 쓰는 전략이라면 세이프티카가 나올 때까지 버티기 용이할 것이다.
     
     12그리드까지 떨어진 사인츠의 페이스가 심상치 않다. 추월보다는 크루징에 더 능한 드라이버긴 하지만, 위닝카가 아니었던 르노-맥라렌 시절에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 드라이버다. 옛날 기억을 되살려 '사냥'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윌리엄스의 '직빨'이 언제까지 통할 것인가도 관전 포인트다. 롱런이 상대적으로 약한 건 어쩔 수 없지만, 시즌 중후반부터 윌리엄스는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었다. 타이어를 아끼다 Q1에서 탈락한 맥라렌의 진짜 힘이 어느 정도인지도 아직은 변수이다. 하스는 하스치고, 알파로메오는 알파로메오 치고(보타스) 스타팅 그리드가 나쁘지 않지만 고질병 같은 롱런 성능을 극복할 수 있을 지 미지수고, 알파타우리는 최근의 선전을 이어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위 그리드의 가장 큰 변수는, 타이어를 아끼다 Q1에서 떨어진 맥라렌의 진짜 성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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