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그랑프리 블랙북 1 <F1 레이스카의 공기역학> 개봉 후기 - 굿즈는 좋은 것이다. Goods are good.
    F1과 잡담 2023. 11. 7. 18:04

     

     인고의 시간을 거쳐 드디어 도착했다. 윤재수 해설위원의 '그랑프리 블랙북' 1권, <F1 레이스카의 공기역학>이다. 커뮤니티 등의 반응을 보건대 전국을 통틀어 가장 빠르게 배송받은 축에 속하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여러 가지 패키지 중, 하드커버, 스티커, 트럼프 카드로 구성된 세트를 주문했고, 가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싸진 않았다! 그래도 소장가치가 상당한 책일 거라 생각해 아낌없이 지출했다. 여기에 윤재수 해설의 친필싸인이 동반된 세트가 가장 비싸고 좋은 세트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싸인은 언젠가 이 책에 직접 받을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하며 두 번째로 비싼 세트를 골랐다. 구성품을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은 띠지다. 윤재수 해설의 얼굴이 크게 박혀있다. 책 높이의 3분의 2정도는 돼 보이는 이걸 띠라고 할 수 있을까? 띠보다는 막에 가깝지 않을까? 그렇다고 막지라는 표현을 쓸 순 없으니 일단은 띠지로 하자. 항상 생각하지만 윤재수 해설은 상당히 동안이다. 나였어도 저 나이에 저 얼굴을 유지할 수 있다면 표지에 자랑스럽게 내 사진을 실을 것 같다.

     

     띠지 뒷면에는 추천사가 적혀 있는데, 김효원 박사의 추천사다.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윌리엄스 F1 팀에서 수석급 공기역학 엔지니어를 맡고 있다. 이 책의 감수를 맡기도 한 듯하다. 가격정보도 있다. 7만5천원이라니, 전공서적 급 가격이다. 하지만 이 책 내용의 희소성을 생각하면 적절해 보이기도 한다. 국내에선 윤재수와 김효원이 아니라면 누구도 쓸 수 없는 내용 아닐까.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책 내용이 기대에 부응한다면 '그랑프리 블랙북' 시리즈를 전부 수집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랜덤 스티커 1종이다. 위는 겉비닐 개봉 전, 아래는 개봉 후다. 나는 브라밤 BT46B가 걸렸다. F1역사에 관심을 가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리버리와 이름만 보고 한번에 이 차를 알아볼 순 없었는데, 책을 잠깐 훑어보다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차가 BT46B였다. 저 아름다운 팬을 달고 단 한번의 레이스를 소화한, 그리고 규정 위반으로 인해 사라진 그 명차였던 것이다. F1의 공기역학이 책의 주제인 이상, 그라운드 이펙트의 대명사 같은 이 차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카드 구성을 볼 때, 공기역학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차들을 뽑아 스티커로 제작된 듯했는데, 브라밤BT46B면 충분히 만족스럽다. 다만, 이 차의 상징과도 같은 팬을 볼 수 있게, 뒤에서 본 모습도 스티커로 나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그 다음은 트럼프 카드다. 가장 기대한 부록이기도 했다. 일단 케이스는 별다를 것 없이 종이갑이었는데, 케이스는 별로 기대한 대상이 아니라서 크게 상관은 없었다. 케이스를 열고 카드 덱을 꺼냈다.

     

     엥? 첫 카드가 스페이드 에이스가 아니었다. 약간 당황했는데, 내가 왜 당황해야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이어졌다. 스페이드 에이스로 덱이 시작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던가? 그런 건 없다. 물론 웬만한 카드 덱이 다 그렇게 시작하긴 하지만, 안 그런다고 해서 큰일 나는 건 아니다. 숫자 카드는 도형들이 약간 가운데로 몰려있는 느낌이 났지만, 역시 크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러니, 이 카드를 산 목적을 찾아, 서둘러 비닐을 벗기고 에이스와 조커를 찾아냈다.

     

     아름답다. 조커와 에이스 뿐 아니라 J,Q,K까지 레이스카라니. 물론 F1 구력이 짧은 나로써는 이들 중 한눈에 알아볼 수 있던 차는 세나-프로스트 시절 맥라렌의 전설적인 명차 MP4/4밖에 없었고, 스페이드의 시커먼 차가 로터스 것이라는 정도밖에는 몰랐다. 그나마 스티커를 살짝 컨닝하고 하트가 브라밤 BT46B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 이 차들이 F1 에어로다이나믹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활약을 했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기대가 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이 카드 덱에는 큰 단점이 있었는데, 화학약품 냄새가 심하게 난다는 점이다. 인쇄한지 얼마 안 되어 바로 비닐에 포장되었을 테니 잉크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것이다. 이 냄새가 둔감한 나한테도 약간 심해서, 더 맡다간 머리가 아파올 것 같았다. 다행히 환기가 잘 되는 방에 놔두고 한시간쯤 후 다시 체크해 보니 독한 냄새는 사라지고, 새 책 냄새 정도만 나게 되었다.

     

    드디어 책으로 넘어가 보자. 디자인은 블랙&옐로우로, 로터스의 상징적인 블랙앤 골드 리버리를 떠올리게 한다. 사전예약 주문으로만 구할 수 있는 하드커버 판으로, 재판본이나 시중에 나온 물량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책등 사진은 못 찍었지만, 역시 블랙앤 옐로우로, 전집을 모아서 책장에 꽂는다면 꽤 멋진 포스를 자랑할 것이라 생각한다.

     

     책의 내용을 촬영해 올릴 순 없으니, 목차와 들어가는 말 한 페이지로 대신할 예정이다. 책은 인덱스 포함 총 357페이지이며, 광택은 심하지 않다. 글씨가 약간 깨알같고, 폰트가 책보다는 보고서에 가까운 느낌이었지만, 이런 문제는 사소하다. 특히 깨알같은 글씨 덕에 그나마 357페이지만에 책이 끝났을 것이 분명하다. 책이 두껍고 무거워지는 것보단 이게 훨씬 낫다.

     

     독서 계획을 세워 책을 읽는 스타일은 아니다. 애초에 책을 많이 읽는 스타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빨리 읽어보고 싶다. 아직은 F1을 취미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만약 이 책을 재미있게 읽는다면, 그리고 그 후에도 F1에 대해 더 알고싶어한다면, 그땐 F1을 취미라고 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