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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1 그랑프리 리뷰 : 20R 멕시코 시티 그랑프리(R) - 상식이란 게 없는 F1 세상(1위 빼고)
    F1과 잡담 2023. 10. 30. 16:19

    레이스
     
    § 스타트 이전

     
     츠노다는 팀 동료의 Q3행이라는 임무를 당당히 수행하고도 19그리드에서 출발, 실질적으로는 18그리드에서 출발하게 됐다. 사전트가 옐로 플래그 상황에서 추월로 10그리드 페널티를 받아 20그리드로 내려갔고, 스트롤은 부품 교체로 피트레인 스타트를 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스트롤이 빠지고 피트레인으로 갔다.

    § 스타트 이후
    상위권
     

     3그리드의 베르스타펜이 예상대로 치고 나왔고, 치고 나간 자리를 5그리드 페레즈가 메꾸면서 르클레르를 압박했다. 그리고, 첫 코너에서 카타르 그랑프리 본 레이스의 해밀턴-러셀-베르스타펜 쓰리 와이드가 생각나는 구도가 펼쳐졌다. 뒤쪽에서 토잉을 받고 르클레르를 추월하려던 베르스타펜이 코너 안쪽, 페레즈가 바깥쪽을 공략하며 가운데 르클레르를 가둔 것이다. 르클레르는 그 때의 러셀과 같은 상황에 처했고, 브레이크를 밟으며 피할 뒤쪽 여유공간도 없었다. 전후좌우가 모두 막힌 르클레르는 그대로 페레즈 차의 옆면을 들이받았다. 페레즈는 사이드팟이 크게 손상되며 리타이어했다. 홈 팬들의 압도적인 응원을 받던 페레즈는, 첫 랩 첫 코너에서 그렇게 아웃됐다.

    페레즈는 날아가 버렸다.

     베르스타펜이 1위에서 크루징하는 와중, 페라리 듀오가 평화롭게 따라갔고, 그 뒤로는 리카도-해밀턴이었다. 해밀턴은 7랩부터 리카도와의 간격을 1초 안쪽으로 좁히다, 11랩에 추월하며 4위로 올라갔다. 이 둘과는 2초 가량의 차이를 두고, 피아스트리와 러셀이 따라가며 7위권을 형성했다. 즉, 페레메맥 8대 중 노리스와 페레즈를 제외한 6대와 리카도가 1부터 7위를 차지했다. 예상대로 베르스타펜은 치고 나갔고, 해밀턴은 서서히 페이스를 올렸으며, 리카도는 해밀턴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예상을 상회한 것은 페라리의 초반 페이스였는데, 첫 스틴트 동안은 메르세데스보다 롱런이 약한 티를 잘 내지 않고 달리며 순위를 무난히 방어했다. 또, 리카도 역시 해밀턴에게만 한 순위를 양보했을 뿐, 피아스트리, 러셀과의 격차를 유지하며 예상을 상회하는 페이스를 보여줬다.
     

    중·하위권

     
     보타스, 오콘, 알론소 등이 손해를 봤으며 휠켄버그, 알본, 츠노다, 노리스 등이 큰 이득을 봤다. 스타트 직후 상위권에서 사고가 났기에 하위권까지 중계 카메라가 향할 틈이 없었지만, 오콘의 경우를 볼 때 메인 스트레이트에서 드래그 레이스를 펼친 뒤 사고를 피하려고 큰 손해를 감수한 경우가 많아 보였다. 르클레르와 페레즈의 추돌로 인한 버추얼 세이프티 카가 끝나자, 러셀 미만 포인트권(P7-P10)에는 휠켄버그-가슬리-저우관위가 순서대로 포진했고, 첫 스틴트가 끝나기 전 저우관위는 알본에게 10위 자리를 내주었다.
     
     스타트 직후 14위, 15위까지 올라온 츠노다와 노리스는 10랩, 12랩에 각기 다른 이유로 언더컷을 시도했다. 츠노다는 코스 이탈로 손상된 타이어를 빠르게 교체, 노리스는 끼고 나온 소프트 타이어의 페이스가 떨어져 교체였다. 이들은 하드를 끼고 버티기에 돌입했다. 10위를 두고는 알본-보타스-저우관위가 경쟁했으나, 점점 알본과 알파로메오 사이에 간극이 벌어졌다.

     
    § 레이스 중반(-33랩)

    33랩이 기준이 된 이유는 하나다. 마그누센이 충돌사고를 낸 랩이어서 그렇다. 33랩에 충돌사고가 나서 세이프티 카가 선언됐고, 34랩에는 레드 플래그가 선언됐다. 이 과정도 꽤 극적이었는데, 원스탑 작전을 염두에 둔 팀들이 두 번째 스틴트에 돌입한 직후였기 때문이다. 이 무렵, 트랙 위는 투스탑을 시도하는 팀과 드라이버들, 원스탑을 시도하는 팀과 드라이버들로 나뉘었다. 전자는 베르스타펜, 츠노다, 노리스 등이었고 후자는 페라리, 알핀, 알본 등이었다. 25랩 이전에 피트스탑을 한 드라이버들은 원스탑과 투스탑이 모두 가능한 상황이었다.

    벽 수리까지 필요할 정도로 컸던 사고. 마그누센은 다치지 않았다.

     사고가 나자마자 베르스타펜이 타이어를 교체하며 공짜 피트스탑을 했다. 두세 랩 전에 타이어를 바꾼 페라리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었다. 베르스타펜은 투스탑 페이스였기에, 그가 타이어를 갈고 나와 온도를 올리는 동안 격차를 좁히고, 가능하면 추월도 하는 것이 페라리의 플랜A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레드 플래그가 선언됐다. 페라리로써는 그나마 다행, 베르스타펜에게는 나쁘지 않은 상황, 메르세데스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베르스타펜은 비록 공짜 피트스탑으로 인한 이득을 반환해야 했지만, 다시 1그리드에서 출발한다면 페라리보다 좋은 성능을 그대로 살릴 수 있어 크게 손해볼 것도 없었다.  페라리는 베르스타펜이 세이프티카 피트스탑으로 챙겨간 이득을 리스타트로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르클레르는 페레즈와의 충돌로 인해 손상된 프론트윙을 시간 손실 없이 교체할 수도 있었다. 원스탑을 노리면서도 일찍 피트스탑을 한 메르세데스는, 레이스 후반 페라리에게 타이어 내구도 차이로 인한 위협을 당하거나, 한번 더 스탑을 하고 페라리를 또 추월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일 뻔했다. 그런데 레드 플래그로 인해 아무 손실 없이 타이어 교체를 할 수 있었고, 더욱이 해밀턴이 가장 유리하다는 3그리드를 차지한 채였다. 가장 이득을 본 건 츠노다였는데, 9랩에 가장 먼저 피트스탑을 하고 하드 타이어로 버티며 8위까지 올라온 상황에 레드 플래그가 선언됐다. 이상적인 순위, 이상적인 타이밍에 레드 플래그가 발동해 아무런 손해 없이 타이어를 바꿀 수 있었다. 꾸준히 피아스트리와 러셀 앞을 지키던 리카도와 함께, 더블 포인트 피니쉬로 점수 대박을 노릴 만한 기회였다.
     
     리스타트 타이어는 하드와 미디엄으로 갈렸다. 의문이 드는 결정이었다. 35랩이 남았고, 레이스 초반 확인한 미디엄 타이어의 경쟁력은 최대한으로 잡아도 25랩 언저리로 보였다. 물론 레이스 후반 타이어 관리는 초반보다 쉬워지긴 하지만(연료탱크가 비워져 차가 가벼워짐), 그래도 36랩을 미디엄으로 달리면서 순위를 지키는 게 가능할 지 의문이었다. 특히 메르세데스 두 대와 피아스트리는 지난 세션에서 썼던 중고 미디엄을 달고 나왔다. 익히 봐왔듯 스타트에서 미디엄이 하드에 대해 가지는 이점은 확실히 뛰어나지만, 제아무리 타이어 관리를 한다 해도 상식적으로 레이스 종료까지 페이스를 잃지 않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베르스타펜 1그리드 리스타트. 미디엄은 과연 정답일까?

    §레이스 후반 (35랩 이후)

     
     어쨌든, 레이스가 재개됐다. 스타트 직후 미디엄을 활용해 순위를 끌어올린 것은 러셀이었다. 남은 타이어가 없어 중고 하드를 그대로 끼고 나온 리카도를 쉽게 제쳤고, P5가 되었다.  해밀턴은 몇 랩 후 르클레르를 추월, P2가 되었다. 그 와중에 베르스타펜은 아무 변수 없이 치고 나갔고, 베르스타펜-해밀턴-르클레르-사인츠-러셀이 5위까지를 마크했고, 리카도는 6위를 지켰다. 피아스트리가 2초 간격을 두고 리카도를 쫓아가는데, 그의 뒤에는 레이스 재개 이후 약 10랩 가까이 DRS 범위 내에서 압박해 오는 츠노다가 있었다다. 피아스트리보다 츠노다의 페이스가 확연히좋고, 피아스트리는 중고 미디엄, 츠노다는 새 하드여서 길게 보면 무조건 추월이 가능한 상황, 츠노다가 무리하게 추월을 시도하다 피아스트리와 충돌했다. 피아스트리는 살아 나갔고, 츠노다는 스핀하며 16위로 트랙에 복귀했다.

    또 제 성질을 못이기고 성급하게 추월하려다 사고를 낸 츠노다

      츠노다가 포인트권에서 밀려나며, 노리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옮겨 갔다. 한때 9위까지 올라갔다가, 10위로 리스타트한 노리스는 사고를 피하다 14위까지 순위가 밀린다. 50랩 무렵 겨우 10위까지 다시 순위를 회복한 노리스는, 츠노다가 스핀하는 그 순간 알본을 제치며 한번에 8위로 올라선다. 이 시점 트랙에서 가장 빠른 드라이버는 당연히 베르스타펜, 그 다음이 노리스였다. 7위 피아스트리, 8위 노리스는 57랩 중간에 팀오더로 자리를 바꿨고, 노리스는 계속 페이스를 올리며 남은 15랩 동안 맹추격을 개시한다. 희생양은 리카도와 러셀이었다. 67랩, 노리스는 5위로 올라섰고, 러셀 6위, 리카도 7위가 된다. 이 상태로 체커기를 받는다.

     
    §타이어 관리능력 차이
     
     포디움권에서는 40랩에 르클레르를 추월한 해밀턴의 페이스가 언제 떨어질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중고 미디엄을 끼고 나와 36랩을 소화하는 작전은 무리해 보였다. 르클레르가 해밀턴에게 추월당했을 때도, 해밀턴이 대출을 잔뜩 끌어다 쓰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해밀턴은 르클레르와의 간격을 5초 내외로 유지하더니, 레이스 종반에 더욱 페이스를 올려 중고 미디엄으로 새 하드를 더욱 멀찍이 따돌려 버렸다. 44랩에 나온 페라리 팀 라디오에 의하면, 5랩 이후(49랩)에 하드가 미디엄의 성능을 따라잡을 것이라 예측했기에 더욱 경악스러웠다. 해밀턴은 페라리의 분석을 비웃기라도 하듯 마지막 랩에 패스티스트 랩까지 찍으며 골인했다.
     
     그렇다고 페라리가 미디엄을 끼웠어야 하느냐, 하는 의문에도 섣불리 긍정의 답을 내놓기 어려운데, 페라리의 차는 올 시즌 내내 타이어 관리에 약점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같은 중고 미디엄을 끼웠으면(페라리에겐 새 미디엄이 없었다) 오히려 해밀턴보다 내구도가 더 빨리 닳아버려 3,4위마저 못 지켰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 페라리 기준으로 분석을 했으니, 49랩에 하드가 미디엄보다 빨라진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롱런 성능이라면 2위 자리를 양보하기 서러운 메르세데스, 그것도 타이어 관리라면 1위 자리를 누구에게도 양보하기 서러운 해밀턴이었다. 기계 성능과 드라이버 기량이 타이어 관리에 최적화 되어 있으니, 범부(凡夫)의 상식에 입각한 예측은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메르세데스에게 질세라 노리스도 끝까지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덕분에 18그리드에서 출발한 노리스가 P5로 마무리했다. 지난 몇 번의 레이스로, 숏런이고 롱런이고 간에 레드불 다음으로 빠른 차는 맥라렌이란 걸 공고히 한 만큼, 메르세데스와 해밀턴이 해낸 걸 맥라렌과 노리스도 비슷하게 해냈다. 물론 이쪽은 새 미디엄이었고 패스티스트 랩도 작성 못했지만, 18그리드 출발, 레드플래그 이후 리스타트를 기준으로 해도 14위에서부터 올라온 것을 감안하면 크게 빠지는 퍼포먼스는 아니다.

     이들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하긴 했지만, 페라리 듀오의 성과가 그리 인상적이지 않은 이유는 한 번의 추월도 없이 스타팅 그리드에서 끌어내려진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페라리는 상위권 팀들을 상대로 저항이 없는 초전도 주행을 보여주고 말았다. 노리스가 퀄리파잉에서 불운을 겪지 않았다면, 이번에도 페라리 포디움은 어려웠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차라리 비슷한 페이스를 보여준 리카도가 훨씬 인상적인데, 남은 타이어가 없어 불리하게 시작한 리스타트에서도 7위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차가 알파타우리인데도 말이다. 시즌이 마무리되어 가는 가운데, 숏런에만 비정상적으로 강한 페라리가 어떤 창의적인 방식으로 팬들을 실망시킬 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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