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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그랑프리 리뷰& 레이스 예상 : 20R 멕시코 시티 그랑프리(FP, Q) - 굿바이, 대런 아보카도. 웰컴, 대니얼 리카도.F1과 잡담 2023. 10. 29. 23:58
휴식기 소식
별 얘기가 없다. 백투백 레이스 주간이라 1주일밖에 시간이 없었다. 그나마 꼽아보자면 베르스타펜의 유감 표명(?) 정도가 있었다. 오스틴에서 우승한 베르스타펜의 포디움 세레머니 중, 그에게 야유가 쏟아진 것이다. 야유와 더불어 많은 관중들이 '체코'를 연호하기도 했다. 멕시코와 인접한 텍사스는 페레즈의 홈 그랑프리나 다름없었고, 그들에게 야유를 받은 듯한 모양새였다. 베르스타펜은 '최애가 아닌 드라이버에게도 존중을 보일 필요가 있다'며 나름대로 유감을 표명했다. 페레즈 팬이 베르스타펜을 싫어할 만한 이유를 추측해 보건대, 페레즈가 희생양이 되어 베르스타펜을 밀어주고 있다는 음모론이 집단적으로 공유되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다룰 만한 가치를 느끼진 못하는 음모론이다.
맞춤 업데이트를 들고 온 팀이 꽤 된다. 고지대에 위치해 공기가 희박한 에르마노스 로드리게스 서킷은 같은 이유로 인해 냉각 문제를 겪기 쉽다(고속 주행 시 맞는 맞바람으로 냉각을 하는데, 공기가 희박해 이 맞바람이 약함). 그래서 메르세데스, 애스턴마틴을 제외한 모든 팀이 섀시나 브레이크 덕트를 개선해 냉각 효율을 끌어올리려 했는데, 일부 팀은 이런 짓까지 했다.
이게 무조건 좋은 디자인이었다면 진작에 모든 팀이 이렇게 달렸을 것이다. 고고도 서킷에 와서야 이런 극단적인 루버를 뚫어놓았다는 것은, 그 대가로 무엇인가 잃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합적인 손익계산서가 어떻게 나올 지, 달려봐야 안다.
주니어 드라이버들의 연습 세션 대거 참가가 예고되어 있다. 올리버 베어만(페라리), 이삭 하자(레드불), 잭 두한(알핀), 프레드릭 베스티(메르세데스), 테오 포쉐어(알파로메오)인데, 이들 중 하자는 리저브 팀인 알파타우리 츠노다의 차를 몰게 된다. 그랑프리 시작 시점, 츠노다가 최대한의 페널티를 감수하고 파워유닛을 대거 교체하는 결정을 내렸는데, 이 기회를 틈타 주니어 드라이버에게 기회를 주게 됐다.
서킷 정보
상기했듯 고지대 서킷이다. 해발고도 2,285m에 위치해 있다. 이 다음으로 높은 곳은 오스트리아의 레드불링으로, 해발고도 800m가 안 된다. 윤재수 해설위원의 개인방송을 통해 얻은 정보를 그대로 읊어보자면, 기압은 타 서킷보다 20% 작고, 공기역학적 성능은 25%가 감소한다. 때문에 부족한 다운포스를 최대한 끌어모으는 하이 다운포스 셋업을 하게 된다. 그런데 나무위키에선 로우 다운포스 세팅을 한다길래 따로 팩트체크를 해 봤다. 윤재수 위원이 맞다. 부족한 다운포스를 보강하기 위해 대부분의 팀들이 최대한 윙의 각도를 세운다. 냉각 문제도 상기한 대로다.
기나긴 메인 스트레이트가 눈에 띄는데, DRS와 로우 드래그가 합쳐져 F1 전체 서킷 중 가장 빠른 속도가 찍히곤 하는 곳이다. 추월포인트는 어디서나 그렇듯 DRS존과 그 직후의 예리한 코너이며, 시케인을 포함하는 1번-3번 코너, 4번-6번 코너가 여기에 해당된다. 8번부터 11번 코너는 속도를 점점 올려가며 통과해야 하는 중고속 슬라럼 구간으로, 코스 이탈이 빈발한다. 13번부터 15번 코너는 과거 야구장으로 쓰였던 '포로 솔',을 통과하는 구간으로, 관중석 배치가 야구장의 그것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기에 함성소리가 크게 울리는 곳이다. 호켄하임링과 COTA의 15번 코너처럼, 코너를 둘러싸고 관중석이 배치되어 있다.
일본부터 이어진 타이어 혹사도 여기서는 잠깐 쉬어갈 것으로 보인다. COTA의 타이어 소모 속도는 일본, 카타르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아주 쉬운 곳도 아니었다. 그곳에서도 컴파운드별 퍼포먼스를 잘못 예측한 팀이 있을 정도였다. 물론 그 팀은 페라리였다. 반면 에르마노스 로드리게스에서는 타이어 관리가 더 쉬워질 공산이 높다. 드래그가 낮고 다운포스가 잘 안 나온다. 그립이 약하단 얘기고, 주행은 어렵지만 타이어에 부담은 적다는 뜻이다. 직선 비중이 높기도 하다. 타이어에 횡적 부담이 적다는 뜻이다. 피렐리도 가장 무른 3개의 컴파운드(C5,C4,C3)를 선정했다. 물론 이는 안전하게 주행했을 때가 기준이니, 낮은 그립 덕에 코스 이탈이라도 난다면 상대적으로 그로 인한 타이어 손해는 더욱 커질 것이다.
연습 세션
1위는 지겹게 본 그 이름이니 생략한다. 그렇다면 알본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윌리엄스로 2위를 하는 것도 눈에 띄지만, 그 차이가 베르스타펜과 0.1초 미만이라는 점은 더욱 눈에 띈다. 세팅이 잡히기 전인 FP1에서도, 세팅이 거의 맞춰진 FP3에서도 그랬다는 점은 더더욱 고무적이다. 사전트도 P10으로 올라온 걸 보면, 윌리엄스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 Q3진출은 물론, 하위권에서는 비교적 내구성 문제가 덜한 편이기에 레이스 성적까지 기대해볼 만하다.
페레즈가 지난 대회(4위)의 모멘텀을 이어가려는지, 오랜만에 좋은 페이스를 보였다. FP2까지는 그래도 팀메이트와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세팅을 마쳐가는 FP3에서는 0.1초대로 랩타임 차이를 줄이며 앞쪽 그리드를 차지할 준비를 마쳤다. '빅4' 레메페맥은 전반적으로 앞쪽 순위를 차지하면서도 일관성이 약간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현 시점 확고하게 차량 성능 넘버2인 맥라렌은 FP3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P5와 P8을 차지했고, 모두의 기대를 모은 다운포스 셋업의 강자, 메르세데스도 약간 실망스러운 랩타임을 기록했다. 페라리는 그냥 망했다. 애초에 멕시코 시티 그랑프리에선 빅4중 가장 불리한 차량 특성을 갖고 있었기에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망했다. 그래도 르클레르는 FP2에서 경쟁력있는 랩타임을 기록했지만, 컨디션 난조로 미디어 취재 시간을 채우지 못한 사인츠는 연습 세션 내내 좀더 상태가 안 좋았다.
주니어 드라이버들은 주니어다운 랩타임을 기록하고 말았는데, 그 중 F2챔피언십 1위를 달리고 있는 포쉐어는 단 4랩을 달린 뒤 기술적 이슈로 리타이어했다. 애스턴마틴에선 특이하게도 스트롤의 페이스가 알론소보다 조금씩 빨랐는데, 알론소는 FP2에서 크게 스핀하기도 했다. 알파타우리와 알파로메오가 각각 한두 세션에서 튀는 성적을 냈다. 그리고, 옆구리에 아가미를 무시무시하게 뚫어온 두 팀, 하스와 알핀은 둘 다 별로 좋지 않았다. 하스의 마그누센은 FP3에서 9랩을 달리고 리타이어 해야했다.
퀄리파잉
Q1에서 이변이 벌어졌다. 리카도는 빨랐고, 노리스는 P18로 떨어졌다. 타이어를 아끼려고 미디엄으로 플라잉랩을 달리다, 피트인해서 소프트로 교체하며 랩타임 작성이 늦었다. 노리스는 6분이 남은 시점에 첫 아웃랩을 돌기 시작했으며, 이어지는 플라잉 랩에서도 실수를 한 뒤 랩타임을 포기했다. 플라잉랩을 중간에 쿨다운랩으로 바꾼 것인데, 그래도 한 번 정도는 더 랩타임을 작성할 시간이 있겠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 랩에 알론소가 스핀했다. 덕분에 섹터1 옐로 플래그와 트래픽 이슈가 발생했고, 마지막에 랩타임을 작성하려던 드라이버들이 한 무더기 통째로 체커기를 받아 버렸다. 이 모든 사건을 유발한 알론소는 Q2에 진출했다. 국왕의 품격은 역시 남다르다. 페라리는 르클레르가 좋은 페이스를 보인 반면, 사인츠는 다소 하위권에 위치했다.
Q2에서도 리카도는 빨랐다. 사실 보통 빠른 게 아니었지만 아직 할 얘기가 남아있어 리카도 얘기는 뒤로 미룬다. 그리고 알파로메오도 빨랐다. 반면 발군의 페이스를 자랑하던 알본의 페이스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뚝 떨어지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고, Q3만큼은 공무원처럼 진출하던 알론소도 영 속도를 내지 못했다. 페라리는 르클레르가 나쁘지 않은 페이스를 보인 반면, 사인츠는 휠락을 겪으며 간신히 생존, P9로 Q3에 진출했다. 알본이 세운 P9의 랩타임은 트랙 리밋 침범으로 인해 삭제당했다. 덕분에 저우관위가 Q3에 진출했다.
Q3에서도 리카도는 빨랐다. 이번에도 보통 빠른 게 아니었다. 하지만 리카도 얘기는 역시 뒤로 미루겠다. 그리고 프론트 로우는 갑자기 페라리의 르클레르-사인츠 듀오가 차지했다. 띠용? 페라리의 두 드라이버는 마치 '앞선 세션에선 70% 힘만 썼다'고 말하는 듯, 갑자기 Q3에서 새 타이어를 끼고 나와 미친 페이스를 보이며 베르스타펜을 눌렀다. 물론 페라리와 베르스타펜의 차이는 거의 없는 수준으로 작았지만, 올 시즌 퀄리파잉에서 베르스타펜을 이긴 건 그 차이를 불문하고 여전히 일종의 업적이다. 홀로 남은 맥라렌의 피아스트리는 Q1,Q2의 그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P7까지 밀려났고, 메르세데스 듀오도 선두권과 꽤 차이가 나는 P6,P8에 머물렀다.
퀄리파잉의 주인공은 단연 다니엘 리카도였다. 무려 P4, 올 시즌 알파타우리의 가장 좋은 퀄리파잉 성과다. 리카도 본인의 기량이 드디어 전성기로 돌아왔음을 알리는 성적이기도 했지만, 츠노다가 보여준 환상의 어시스트도 주요했다. 그랑프리 시작 시점에 이미 맨 뒷줄 스타트를 예약한 츠노다였기에, 퀄리파잉 성적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버리는 패'가 된 츠노다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팀 동료 리카도를 끌어주는 것, 즉 리카도의 바로 앞에서 달리며 슬립스트림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표현하니 쉬워 보이지만, 사실 아주 쉬운 일은 아니다.
이 토잉(견인)을 제대로 제공하려면, DRS, ERS를 전개하며 플라잉랩을 달리다가 브레이킹 포인트 앞에서 절묘하게 비켜줘야 한다. 이 타이밍이 너무 빠르면 충분한 속도향상을 얻지 못하고, 너무 늦으면 충돌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적당한 곳에서 적당하게 비켜줘야 하는데, 두 개의 DRS존을 지난 4번 코너 앞에서 리카도에게 길을 비켜주는 모습이 보였다. F1 드라이버에게 한 번 이렇게 토잉을 제공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토잉을 제공하면서 사실상 플라잉랩을 버리는 것과 같기에, 이걸 하고도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려면 준수한 플라잉랩을 따로 한 바퀴 돌아야 한다. 이건 쉽지 않다. 게다가, 그 이후 그 다음 동료의 두 번째 플라잉랩에 맞춰 토잉을 또 제공하는 건 더욱 쉽지 않다. 츠노다는 이걸 해냈다. 그리고 Q2에 가서는 리카도를 두 번 끌어주고 자기 랩타임을 포기하며 장렬히 산화한다. 리카도 Q3진출의 일등공신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리카도가 '츠노다빨'만 받은 건 아니다. Q3에서는 츠노다 없이 P4를 달성했다. 리카도 밑에는 메르세데스와 맥라렌, 페레즈가 자리했다. 올 시즌 네덜란드 그랑프리에서 알본의 P4보다도 충격적인 이변이다. 이번엔 그때와 달리 레인 컨디션이라는 변수도 없이, 순수 실력과 성능으로만 달렸기 때문이다. 18년도부터 F1을 접한 나는 레드불 시절 '프라임 리카도'를 조금 기억한다. 그런데, 알파타우리로 P4는 그 시절보다도 더 뛰어나 보인다. 물론 한 번의 퀄리파잉은 선수를 평가하기에 너무나 작은 표본이긴 하지만 말이다.
전망
안타깝게도, 르클레르의 폴투윈은 이번에도 험난해 보인다. 시작하자마자 드래그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서킷 특성상, 3그리드의 이점이 꽤 큰데, 그 3그리드에 베르스타펜이 있다. 서킷이 에르마노스 로드리게스가 아니었더라도, 페라리의 롱런 성능은 빅4중 최악에 가깝다. 1위가 목표라면, 희망적인 요소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프론트 로우에 두 대를 모두 올렸으니, 전략의 운용폭이 넓어지긴 할 것이다. 1위는 어렵겠지만, 르클레르와 사인츠 모두 포디움엔 도전할 만하다.
메르세데스와 맥라렌은 필연적으로 순위를 올리게 되어 있다. 알파로메오와 알파타우리 중 몇 대가 포인트피니쉬를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역시 가장 유력한 건 리카도다. 잘만 한다면, 리카도는 한 번에 알파타우리의 점수를 두 배로 불릴 수도 있다(현재 10점, 5위 피니쉬 시 10점). 관건은 차량의 롱런 성능과 리카도의 롱런 집중력이다. 리카도는 지난 그랑프리 본 레이스에서 다소 허무하게 자리를 내주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반면, 이번 그랑프리의 모든 세션에서 가장 꾸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니 까보기 전까지는 그가 롱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도 웬만하면 포인트는 벌어갈 것이다. 그리고 새 파워유닛을 끼운 츠노다는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인가, 18그리드에서 출발하는 노리스는 얼마나 화려한 추월쇼를 펼칠 것인가도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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